김재경


박수근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을 양구군에서 진행하고자 했다. 기존 박수근 미술관이 생긴 이후 여러 후원자들로부터 다양한 미술작품들의 후원이 있어서 기증작 전시실이 필요했으며 박수근을 기념하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함이었다. 처음 양구군에서 요구한 것은 존재하지도 않은 박수근 화백의 생가 건립이었다. 생가라고 함은 흔히들 위인들을 기리거나 정치적인 요소가 다분한 행위들 이었다. 어쩌보면 전근대적인 유산의 오류라고도 보인다. 게다가 있지도 않은 생가의 신축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먼저 양구군과의 협의를 통해 박수근 화백을 기념할 수 있는 아뜨리에와 기증작 전시실이 되는 파빌리온 건립으로 가락을 잡았다.대상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박수근 미술관과 그 이후에 건립된 예술인촌 사이 골짜기 상부에 전망좋은 논 위였다. 계획에 앞서 이 장소를 박수근 마을이라 칭하고 전체적인 마스터플랜 계획이 요구되었다. 이 골짜기를 진입하면서 박수근 미술관, 예술인촌, 묘역, 무엇보다도 시골풍경을 만끽하면서 관람한 후 빠져나가기 까지 자연스러운 경험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것은 건축과 전시 이상의 박수근 작품에서 우러나는 그 정서의 공감과 진정한 박수근 마을의 의미에 부합하는 것이다. 마침, 박수근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 배꼽 산림 공원 사업 그리고 향후 전개될 것이 유력시되는 생태평화벨트 사업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박수근 마을이 점차 확장되고 또 새롭게 가꾸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럴수록 사업들간의 연계와 조정은 절대적인 사안이었다. 때로 그 연계와 조정이 원활치 못하여 되돌릴 수 없는 실패가 초래될 가능성 또한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예상되는 사업을 포함하여 과제정리 로드맵을 작성하여 박수근 마을 연관사업들을 순차적으로 검토해 나가는 동시에 발생되는 변수를 관리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김재경


먼저, 박수근 마을 관람의 큰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첫 진입한 후 주차장에서 내려 보행으로 박수근 기념미술관을 관함하고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골짜기 능선을 따라 묘역으로 이어진다. 그 이후 골짜기 능선을 내려와 논자락 한가운데 있는 박수근 파빌리온을 관람 후 다시 2층계단으로 내려와 논 위에 산책로를 따라서 예술인촌을 관람하고 관람을 끝낸다. 이 동선은 골짜기의 능선과 논 위에서 거닐면서 마주하게 되는 박수근의 작품들과 기증작을 관람하는 것이다. 짧지않은 동선으로 내외부의 풍경들을 다양하게 관람하는 작지만 큰 전시이며 건축이다. 실제 각 전시관들의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경험들을 관람자들에게 부여할 것이다.기존의 자연 그리드인 논자락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논 위에 존재하기에 연결로의 제약은 받았지만 전용보행로에서 이어져 논위에 떠있는 브릿지로 연결시켰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각각의 논 그리드 안으로 배치하기 위해 3개 동으로 분할하였고 각 전시동을 내부 연결통로로 이었다. 그리고 외벽선을 논 경계축과 평행하게 하여 자연의 축에 충실하였다. 형태는 단순해 보이지만 각 외벽에 변화를 주었다. 파빌리온이 위치한 논은 습지로써 시간과 계절에 따라 물이 차고 빠지고를 반복하게 될 것이고 다양한 식생들이 풍성하게 자라 자연 그대로의 땅에 서 있는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혀 박수근 마을과 적합하지 않는 배꼽 산림 공원 사업이 계획 도중 진행이 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가 없다.


김재경


또한 파빌리온 위쪽 골짜기로 계획될 전원마을 도로는 지극히 엔지니어링적인 작업으로 도로가 나고 말았다. 이 땅의 가치를 깨부수는 폭력적인 도로가 생긴 것이다. 이미 몇해전 박수근 미술관과 예술인촌을 잇는 바닥 포장을 전혀 이 땅과 어울리지 않는 재료와 패턴으로 시공해 항의를 한적도 있었는데 또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은 행정상의 모순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가장 고민이 컸던 부분이 외장재였다. 기존 미술관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지양하고 박수근 화백의 작품에서 착안하여 MATIERE를 정하는 것이 가장 박수근 파빌리온 답다고 판단했고 박수근마을에서 다양한 변화를 주려고 했다. 익스펜디드 메탈은 국내에서 흔치않은 재료로서 보는 이에게는 낯설수도 있지만 흠이 파여지고 늘여지는 재료는 박수근이 주로 사용하던 MATIERE와도 이미지가 잘 부합된다. 각 동 사이의 외벽은 건축보다 앞서 생성된 논자락에 양보하듯 분할면을 절정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존 박수근 기념미술관 외벽재료와 동일한 석재쌓기로 형성이 된다.

건축이 선다는 것은 땅이 가진 질서를 지워가는 행위이다. 오랜전부터 지속되어 온 땅의 형상을 파괴하는 것은 누군가에는 기억을 지워버리는 행위이며 그 장소가 가지는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골짜기의 논처럼 오래전부터 주변 산세와 어우려져 단단이 펼쳐지는 이 땅의 질서를 보존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풍경속에서 가장 박수근 스러운 소박함과 그의 작품세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미 박수근 미술관때 부터 자연의 질서에 존중하는 형태로 계획하였다. 오히려 능선에 묻혀 이곳 능선자락에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던 것이다. 그 이후에 지어진 예술인촌의 형상은 어떠한가. 논위에 떠있는 형태로 기존 논자락의 절서를 지우지 않고 거기에 순응하고자 했다. 이 맥락에 이어서 박수근 파빌리온도 최대한 그 질서를 인정하면서 동화되고자 한다. 박수근 화백이 유년시절 거닐고 생활했던 이 아름다운 땅에서 관람객 또한 낯설지 않는 풍경을 맞이하며 교감하고자 하는 바램이고 파빌리온이 들어서기 전 이 땅이 가졌을 익숙한 질서를 존중하고자 한다.


김재경



설계: STUDIO METAA/ 우의정, 이종호

위치: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연면적: 595.11㎡

규모: 지상2층

완공: 2013

사진: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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