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김훈_경북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이현빌딩(인터건축 사옥)이 다른 작업과 구분되는 지점들은 건축주에 관련된 것으로부터 유래한다. 이 건물은 건축가 자신이 일하고 쉬는 공간을 직접 설계한 작업이다. 건축주의 요구 사항이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론 자체가 새삼스럽다. 하지만 이 사옥처럼 건축주가 없는, 그래서 건축주 맘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 결과물을 경험하게 되면 자연스레 건축가의 시그니처가 많이 반영되었으리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 건축가 집단의 작업에서 반복하거나 강조하는 어휘를 재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대표 건축가는 스타일이 아닌 태도에서 정체성을 정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주에 관련된 것으로부터 유래한다. 이 건물은 건축가 자신이 일하고 쉬는 공간을 직접 설계한 작업이다. 건축주의 요구 사항이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론 자체가 새삼스럽다. 하지만 이 사옥처럼 건축주가 없는, 그래서 건축주 맘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 결과물을 경험하게 되면 자연스레 건축가의 시그니처가 많이 반영되었으리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 건축가 집단의 작업에서 반복하거나 강조하는 어휘를 재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대표 건축가는 스타일이 아닌 태도에서 정체성을 정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지를 선택할 수 있던 작업에서 부지의 조건은 건축물의 의미를 감지해낼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먼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가 일관된다. 부지는 대로변 배후로 확장해가는 상업공간과 기존의 주거지의 경계선에 걸친, 넓지 않은 내부 교차로에 자리한다.
이 작업에서 부지의 물리적 접근성이 일반적인 업무시설에 견주어 떨어짐을 단순히 건축가에게 주어진 극복 대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 결국은 건축가이자 건축주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비용과 편익의 문제에서 영리하게 “대로변이 아니어도 되는 이유”를 영리하게 발견했다. 부지와 연결된 대로변에는, 입점만 하면 부동산 가치가 상승한다는 프렌차이즈 카페가 있다. 대로변에서 건물 부지 사이에는, 시야를 막는 높은 건물이 없어 카페나 도로에서 사옥의 남측과 서측 입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리적 접근성의 한계를 심리적, 시각적 접근성으로 보완한 셈이다.
이러한 태도는 주변과의 조응을 신중하게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건축물은 매스의 통합과 분절, 입면의 응집과 해체라는 기준으로주변의 스케일을 존중하며, 요구되는 프로그램을 담아낸다. 이 건물은 묵직한 모노리스를 떠올리게 하는 남측 입면을 통해 큰길로부터 요구되는 인지성을 확보하는 반면, 작은 스케일의 주거지를 마주하는 북측 정면을 구성하면서 1층과 상층부의 재료를 분리하여, 무거운 조적 덩어리를 “띄운다.”
물론 이는 1층에 요구되는 주차공간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주 정면이라고 할 수 있는 북측 입면은 남측과 달리 외부 휴식공간을 통해 매스를 2개로 분절하고, 분절한 매스의 입면을 다시 서측 입면의 개구부 등을 통해 판으로 해체하는 식으로 무거움을 덜어내고, 가벼운 막의 성격을 띠게 된다. 서측은 프라이버시로부터 자유롭다는 맥락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며 덩어리와 막 사이에 어색하지 않은 경계선을 구성한다. 또한, 잘 마무리한 조적 벽체의 마감은 주변의 맥락을 받아들이면서도, 깊이의 격차를 현시한다. 차이와 유사점들이 무리 없이 연결되는 것은 재료 덕이기도 하지만 입면에 적용된 태도에 기인한 바가 크다.
동선과 프로그램에서 이런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다. 방문자 출입 동선은 대로에서 접근하는 방문자들에게 식재와 담장, 작은 진입 마당을 통해 입구를 위한 시그널을 제시한다. 1층 공간은 독립적인 입구를 두고, 공간의 특성과 성격도 다르게 진행했다. 2, 3층의 건축사 사무소의 고정적 프로그램에 비해, 다양한 종류의 업무 지원 기능을 위함이다.
1-2층과 2-4층을 연결하는 계단을 구분하여 프로그램 상의 구분을 더욱 분명히하고, 2층은 CEO의 업무공간과 회의실, 3층은 직원들의 업무공간, 4층은 웰컴플레이스 성격의 다목적 공간과 외부 테라스로 구성한 것 역시, 전체적 규모와 잠재적 고객의 편의성을 두루 고려한 결과다.
모든 사옥은 어느 정도 회사가 지향하는-현재 결여한 것이라 할지라도-가치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이현빌딩은 현재 인터건축에서 할 수 있고, 잘하는 것들을 건물 안팎에서 증빙하는 방식으로 이를 보여준다. 선입견과 당위를 내려놓고, 실용적 태도와 꾸준함을 무기물에 잘 담아낸, 작지만 옹골찬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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