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 Namgoong


디테일(detail) 

어떤 분야의 계획이든 디테일 작업이 전체의 후반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다. 그리고 그 분야가 건축일 때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디테일이 계획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계획이 인테리어인 경우라면 더욱 그런 것 같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며 작업의 <엄밀함>이 강조되기도 하고(God is in the details. _ Mies van der Rohe) 또는 "돈 없이는 디테일도 없다" 며 계획의 <개념>을 앞세우는 경우도 있지만(no money, no detail, just pure concept. _ Rem Koolhaas) 이 프로젝트에서의 디테일은 전체 계획의 처음과 끝을 이어주는 깃발이자 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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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은 단순히 재료의 접합이나 마감의 깨끗한 해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동기(motive)가 되고, 각각 재료들의 마무리가 아니라 이웃한 재료를 향한 시작이 되며, 때로는 그 자체가 공간 전체에 어떤 특질을 부여하기도 한다. 재료들은 저마다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디테일을 통해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특성이 잘 표현된 디테일은 당연히도 다른 재료와의 차이를 지니게 되고 그 독특함이 이 프로젝트에서는 디자인의 재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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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벽 그리고 천장(floor, wall and ceiling)

방의 내부를 이루는 <바닥과 벽과 천장>은 건축에 있어 '땅과 기둥과 지붕' 만큼이나 보편적인 요소(elements)다. 그러니 '바닥'을 두 다리로 딛고 '벽'에 등을 기대어 '천정' 아래에 몸을 두는 것은 바로 건축의 오래된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각각 분리되어 보이는 요소들이 이 프로젝트에서는 조금 다르다. 바닥을 이루던 재료가 벽이나 옷장이 되기도 하고(a, b, c, f, h) 벽이 천정으로 이어지기도 하고(corridor) 바닥과 천정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기도 한다(e, l, lobby). 발코니에서 볼 수 있던 외벽 재료가 객실 내부의 벽체가 되고(k) 심지어는 내부 공간 전체를 둘러싼다(g). 깊이를 알 수 없는 높고 긴 벽체의 끝이 휘어지고 꺾여 프론트 데스크와 그 상부의 (반쪽) 아치를 만들고(lobby), 1층 로비의 바닥과 천정을 이루던 모자이크 무늬는 최상층의 펜트하우스에 이르면 바닥과 벽과 (기울어진) 천정의 모든 면을 빠짐없이 뒤덮는다(l). 모든 건축도면의 실내재료마감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바닥과 벽 사이에는 항상 걸레받이(baseboard)가 존재한다. 기능적 요구로부터 등장한 이런 요소는 벽의 일부이기도 하면서 바닥의 일부도 된다. 두 요소의 사이를 오고가며 존재하는 또 다른 예로는 벽과 천정 사이의 몰딩을 들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문이나 창(개구부) 역시 벽과 비슷한 관계를 이룬다. 건축을 이루는 이러한 모든 기본적인(regular) 요소들이 바로 디자인을 열어나가는 열쇠가 되고, 그것에 대한 해석과 판단 그리고 직관과 반응이 한데 모여 그 결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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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와 사물(material and matter)

재료는 사물과 그 사물로 만들어진 작업의 결과물, 사이에 있다. 즉 사물이 변해서 재료가 되고 재료가 변해서 건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건물(building)이 아니라 건축(architecture)이 되려면 다른 무언가를 필요로 하며, 재료 속에는 그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사물의 속성(attribute)이다. 속성이란 사물이 그 사물다울 수 있는 전제조건과도 같은데, 재료 속에 사물의 속성이 담겨지려면 또 다른 특별한 작업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바로 사물에 대한 존중(혹는 태도)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그것에 대한 충실과 배반이 동시에 있다. 진짜와 모조가 섞여있고 실상(thing-in-itself)과 허상(phenomenon)이 공존하며 고유성(characteristic)과 우유성(Accident)이 교차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실제와 다르게 실재하듯이, 돌은 육중하면서도 동시에 가늘고 날카로우며, 나무는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동시에 단단하다. 두텁게 쌓아올려진 벽돌이 다른 어딘가에서는 얇게 썰린 채 매달려 붙어있고, 쓰여진 위치와 용도에 따라 그 구분이 어려울 정도인 타일과 벽지는 피복의 기능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이미 그 둘은 하나다. 모든 재료는 각자가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서도 의외의 곳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 프로젝트에서 재료는 사물로부터 만들어졌지만 사물의 외모와 성격을 절반씩 나눠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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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mirror)

"거울 속에는 소리도 없고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라 내 악수를 받을 줄도 모르지만, 나와 반대인 거울 속의 나는, 나와 꽤 닮았다."(이상) 보통의 경우 바닥은 천정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크기에서도 그렇고 모양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은 항상 바닥 위를 걷고 언제나 천정 아래에 있다. 다르지만 비슷하고, 닮았지만 결코 같을 수 없는 관계. 바로 그것을 완벽히 똑같게 만들었다(lobby, e). 바닥은 천정이 되고 천정은 바닥의 거울이 되어, 바닥을 걷다보면 마치 천정을 ‘내려다’ 보는 듯한 착각마저도 든다. 그래서 내부를 밝히는 조명 역시 바닥과 천정의 아래, 위를 동시에 비춘다. 물론 바닥과 천정 어디에도 거울은 없다(e). 휘어진 벽면을 가득 채운 검은 색 스테인레스 철판은 천정에 흩뿌려진 조명 불빛들의 자연스러운 무질서를 다시 한 번 왜곡시켜서 마치 별이 빛나는 밤하늘의 천정을 만든다(lobby). 객실 입구와 마주한 반대쪽 벽면의 거울은 건너편을 향해 또 다른 출구를 만들지만 결코 그리로 나갈 수는 없다(j, m, corridor). 혹은 객실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좌우로 길게 펼쳐진 두 개의 침실을 만나게 되지만 둘 중 하나는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덕택에 굳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도 없다(h). 바닥과 거울 문에 절반씩 비춰 만든 둥근 조명 빛은 그 거울 문이 열렸을 때 바닥에 나타나는 조명의 상과 모양이 같다. 바로 실재와 허상이 겹쳐지는 순간이다(e). 면도나 화장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매일 한 번씩은 누구나 거울을 본다. 그만큼 친숙한 대상인 거울이지만 이 프로젝트에서는 일상에 조금 다른 낯설음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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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furniture)

협탁, 옷장, 테이블, 선반, 세면대, 그리고 욕조. 객실을 채우고 있는 많은 가구들이 있지만 전부가 다 객실 밖에서 가져온 것은 아니다. 벽면의 일부가 튀어나오거나 형태가 변해 침대의 등받이가 되며 또 그 등받이의 일부는 다시 조그만 탁자가 된다(a, b, c, d, e, i, j, k). 광장의 넓은 계단처럼 높이가 다른 바닥은 의자나 등받이가 되고(a) 바닥의 한 가운데가 솟아올라 테이블과 침대등받이를 겸하며(e) 세면대와 샤워부스는 욕조의 일부이자 그것은 애초, 객실 바닥의 연장이다(a, b). 티비나 노트북이 올려진 기다란 테이블은, 옷장과 화장실은 물론이고 현관 바닥의 매트가 되기도 한다(b). 아래로 내려앉은 바닥에 물이 채워지면 자연스럽게 그곳이 욕조가 되고, 벽에서 튀어나온 둥그런 돌조각은 세면대가 되며 그 벽이 수평으로 길게 이어져 침실에 이르면 침대의 주위를 비스듬히 감싸는 커다란 침대등받이가 된다(c). 마침내 침대는 가구가 아니게 된다. 침대는 침실의 일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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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 : archigroup ma. (http://archigroupma.com/)

Interior Design : Geunju Yoon, Junghwan Hwang (www.1990uao.com)

Location : 53, Banpo-daero 14-gil, Seocho-gu, Seoul, S.Korea

Program : Boutique Hotel

Hotel Features : 52 Rooms(12 Types), Lobby, Restaurant, Multipurpose Room

Gross floor area : 3,771.03㎡

Buildings Scope : B2, 13F

Client & Construction : Youngwoo Seo (Bit Sal Co.)

Floor finishing : Wood flooring, Marble, Tiles(Italy)

Wall finishing : Wood, marble, Tiles(Italy), Made wallpaper, Eco-friendly paints

Ceiling finishing : Tiles(Italy), Made wallpaper, Eco-friendly paints

Photographer : Sun Namg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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