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보

 

작소비가(作小卑家) 단어 그대로 직역하면, 작고 낮게 지은 집으로 의미 그대로 작아서 소중하고, 비울 수 있어서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다. 작소비가는 오랫동안 가져온 집에 대한 관념에서 만들어졌다. 전통적인 집은 방과 방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한간(間)집, 아흔아홉간(間)집이라고 하는 것들은 바로 방의 집합을 이야기한다. 동양 집의 방은 거실, 침실, 서재, 화장실 등의 목적으로 불리는 서양 집과는 달리, 위치에 따라 안방, 건너방, 문간방 등 목적 없는 방들의 집합이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이불을 깔면 침실이되고, 식탁을 놓으면 식당이 되며, 책상을 두면 서재, 침실과 쇼파를 두면 거실이 되는 불특정한 방의 연속이 된다. 또한 방과 방 사이는 벽으로 구획되고 문으로 닫히는 것이 아니라, 쓰임의 방식에 따라 칸막이를 옮겨가며 방을 합치고 또 분리할 수 있다. 모든 방의 칸막이를 열어둔다면 사용자는 방과 방을 지나 시작 지점으로 무한히 회귀할 수 있다. 방에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방을 지나 다른 방으로의 전이일 것이다.

 

ⓒ 최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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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북쪽의 백석봉과 남쪽의 민둔산, 서쪽의 가리왕산과 동쪽의 남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둥글게 감싸 흐르는 오대천 남쪽의 넓은 평야 마을, 남평리(南坪里) 그 끝자락에 있다. 이렇게 사방이 열려 있어 어느 방향으로 앉아도 시선의 모든 풍경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방과 방의 연속, 방들의 집합이라는 형식은 이러한 자연과 직접적으로 관계 맺음을 통해 통풍과 채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남평(南坪)이라는 풍광 좋은 터에는 이런 집이 제격이었고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 최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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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 들어서 첫 칸막이를 열면 사용자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어느 방향을 선택해도 목적지까지 갈 수 있지만 그 여정의 시퀀스는 항상 다르다. 중앙의 작은 중정을 기준으로 쇼파와 TV가 있는 방(거실)과 8인용 테이블이 있는 방(식당)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그 너머 마당을 지나 오대천이 흐르는 소리, 그 너머 가리왕산의 나무들이 부대끼는 풍경까지 담아볼 수 있다. 주방에서 식당을 넘어 안방의 칸막이를 젖히면 마당을 즐기며 다 함께 모여 식사할 수 있는 큰 사랑채가 되고, 건너방의 칸막이를 젖히면 단풍나무의 붉은 색채로 가득한 작은 중정을 병풍 삼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작은 사랑채가 된다. 이 모든 방이 각각의 다른 방에 대해 서로 독립적이면서, 다시 함께 모여 불특정한 비움의 방으로 변한다.

 

 

1층 평면도
단면도 1
단면도 2

 

 

 

 

건축가 건축사사무소 공백(OIOO ARCHITECTURE)

위치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남평리 1348-7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876.90㎡
건축면적 125.72㎡
연면적 125.19㎡
규모 지상 1층
건폐율 14.34%
용적률 14.28%
준공 2023
대표건축가 하상준
디자인팀 건축사사무소 공백
사진작가 최진보

 

해당 프로젝트는 건축문화 2025년  3월호(Vol. 526)에 게재되었습니다.
The project was published in the November, 2025 recent projects of the magazine(Vol. 526).

 

March 2025 : vol. 526

Contents : COMPETITION : BOOKS :  RECENT PROJECT GYERIM WEST VALLEY Ⅱ / YEOHEON ARCHITECT & ENGINEERS CO계림 웨스트밸리 Ⅱ / 건축사사무소 여헌(주) Sky Ranch Sheep House / GA department Architects & Associates하늘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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