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with some distance

치바현의 나가레야마오타카노모리라는 소도시에 들어선 붉은 색의 작은 주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케일이 큰 간선도로와 접하고 있는 ‘거리가 있는 집’은 마치 입구가 없이 등을 돌린 모습이 집을 더 궁금하게 만든다. 주택이 들어선 대지는 신흥 주택지구단지로 정해진 곳으로, 간선도로에 면한 대부분의 신축 주택들이 도로와 주거공간 사이 관계에 대한 어떠한 의문도 없이 현관이 도로에 직접 면한 무심한 모습으로 들어서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현관과 도로의 대면은 주거 공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주자의 사생활을 지키기 어려운 구조다. 현관을 열면 도로에서 집의 내부 공간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것이다. ‘거리가 있는 집’은 이런 간선도로와 주택의 공간배치의 관계성을 고민해본 하나의 실험적 주택이다.

 

건축가는 집에 두 가지의 ‘거리’를 설정했다. ‘도로에서 현관까지의 거리(公-私의 거리)’,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주택 내에서 각 거실 간의 거리(私-私의 거리)’이다. 이 두 개의 ‘거리’는 집의 기본적인 배치와 평면을 구성하는 요소로 이용됐다. ‘첫 번째 거리’의 개념은 도로와 주택 사이를 완충해주는 ‘필터’이자 사생활과 공적 공간의 거리감이다. 주택의 내부로 들어가기까지, 즉 도로경계선에서 현관까지는 약 10m 거리감을 갖는 길이 있다. 잘게 나뉜 매스들은 길을 둘러싸며 휴먼 스케일의 단면으로 형상화 될 수 있도록 배치됐다. 도로에서 보이지 않는 현관을 찾아오는 오솔길에서 다양한 수종의 나무, 작은 중정, 분절된 매스와 열린 창문들이 거주자를 반기며 새로운 공간으로 초대한다. ‘거리가 있는 집’은 3인 가족을 위한 집으로, 주요실을 기준으로 크고 작은 5개의 볼륨으로 나뉘며, 또 연결된다. 평면에서 ‘두 번째 거리’를 느낄 수 있다. 현관에서부터 건물 가장 안 쪽에 위치한 거실까지는 반드시 각 실을 거쳐야 거실까지 당도할 수 있다. 이러한 동선은 성격이 다른 실 간에 적당한 완충적 거리를 만들어 주며, 의도적으로 가족을 대면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한다. 단순히 공간을 벽으로 막아서 만들어지는 사적 영역이 아니라, 거리감으로 떨어진 가족들의 사적 영역을 집이 존중하는 것이다. 이 공간 안에서 가족의 가사활동은 서로 간에 인기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거리이며, 언제나 연결되어 있는 집 고유의 풍경이 된다.

 

어찌 보면 거리(距離)라는 개념은 소통의 부재를 표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주거 공간에서 ‘거리’는 오히려 가족 간의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필수적인 요소일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간의 소통은 반드시 물리적 공간이 가까워야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사적공간이 유지될 때 비로소 서로 함께하고 싶은 여유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SECTION

 

1st FLOOR PLAN

 

2nd FLOOR PLAN

 

DETAIL

 

건축가 히어 아키텍츠
위치 일본 치바현 나가레야마시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146.88㎡
건축면적 60.46㎡
연면적 89.50㎡
규모 지상 2층
구조 중목구조
건폐율 41.16%
용적율 60.93%
설계기간 2021. 1. - 6.
시공기간 2021. 8. - 2022. 2.
준공 2022. 2.
대표건축가 이규범
프로젝트건축가 이규범
구조엔지니어 히로하타 케이스케
기계엔지니어 나가노 공무점
전기엔지니어 나가노 공무점
시공 나가노 공무점
발주자 이규범

 

해당 프로젝트는 건축문화 2023년 6월호(Vol. 505)에 게재되었습니다.
The project was published in the June, 2023 recent projects of the magazine(Vol. 505).

June 2023 : vol. 505